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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 (2023) : 10년 만의 극장관람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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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sting 2024. 1.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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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일 : 2023. 10. 20 (금) 1회차 (10:20)

* 극장 : 메가박스 목동점 (행복한백화점 6F) / MX관 (2024년 현재 돌비애트모스관으로 명칭 변경)

* 티켓가격 : 15,000원 (LG U+ 멤버십 2천원 할인적용가격 / 원가 17,000원)

* 런닝타임 : 119분

 

 

- 들어가며

 

만화책 원작이라는 사실 말고는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예매한 작품.  2013년 10월 영화 '그래비티' 온가족 관람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극장을 가지 않다가, 10년만의 극장 발걸음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일반적인 건 보기 그렇고, 최소 사운드 / 최대 3D나 4D에 중점을 둔 영화 중 하나를 보자는 심정으로 개봉작들을 훑어보던 중, 돌비 애트모스 상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이 애니메이션으로 결정.  하필이면 일주일 후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하는 시점에서 굳이 이걸 보는게 좋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지브리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다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그림체를 선호하지도 않는 터라 마음을 굳혔다.  

 

 

- 감상

 

1. 원작을 본 적이 없어서 각색된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전형적인 소년 열혈(?)만화물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섹스폰 연주에 꽃힌 재즈 일편단심 주인공이 제대로 재즈연주에 도전하고 싶어서 수도 도쿄로 상경, 능력 빠방한 피아니스트(동료1: 완성형 캐릭터)를 만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멤버는 재즈를 알지도 못하던 고교동창 친구를 드러머로 만들면서 (동료2: 기초부터 완성직전까지 도달하는 성장물의 정석 캐릭터) 밴드 구성에 성공하지만, 동경(?)하던 동경(!) 최고의 재즈 바에서의 첫 공연을 앞두고 피아니스트가 교통사고를 당해 손을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 그렇잖아도 관람 도중 '이쯤 되면 제대로 된 난관이 하나 튀어나올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 시점에서 정확히 터진 이벤트라 솔직히 놀라진 않았다)  어쨌거나 첫 공연 후반부에 피아니스트는 다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만 연주에 참여하고, 공연을 마무리하며 관객들의 환호 속에 애니메이션은 끝이 난다.

 

 

2. 엔딩 스탭롤 이후 쿠키 영상에서 주인공 다이(섹스폰 연주자)가 유키노리(피아니스트)에게 전화하여 '너의 피아노가 좋다'는 고백을 하고 독일 뮌헨 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  나는 재즈도 모르고 섹스폰은 더더욱 모르지만 재즈의 본고장 하면 미국 아니었나?  왜 미국이 아니라 독일?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원작을 보지 않은 폐해가 이런 식으로 생길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혹시 이런 느낌인건가?  우리나라 야구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 전, 일본을 먼저 가서 테스트하듯 제2의 데뷔를 하는 그런 루트?  모르겠다.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댓글로 달아주셨으면 좋겠다.

 

 

3. 본편 곳곳에 삽입된 주변 인물들의 회상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영상은 괜찮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만화책에서도 나왔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연출기법은 지면이 아니라 스크린에 확실히 어울리니까.  다만 애니메이션 본편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수염난 아저씨가 작품 후반부 인터뷰에 나와서 블루 자이언트의 의미 - 뛰어난 재즈 연주자 - 를 설명하는데, 아마도 원작에는 이름까지 다 나왔을 것 같다.  (원작을 보지 않은 폐해 그 두번째)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속도감 또한 나쁘지 않다.  각색 과정에서 곁가지는 전부 쳐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메가박스의 (구) MX관. 2024년 현재는 돌비 애트모스관으로 개명.

 

 

4.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재즈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사용된 사운드트랙이 수준급.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화로 갔어도 음악하나로 먹어줬을 물건이다.  물론, 진짜 그랬다면 연주자는 대역을 써야 했겠지만....  내용전개와 연주장면이 거의 1:1이라 MX관에서 비싼 돈 주고 본 보람이 있다.  마침 연주하는 모습을 잡는 카메라가 회전할 때마다 - 일반 영화식으로 비유하자면 그렇다 - 섹스폰과 드럼, 피아노 소리가 전혀 뭉개짐 없이, 위치를 실시간으로 바꿔가면서 들리는 느낌이 실로 대단하다.  다만, 이게 돌비 애트모스로 들었을 때에만 그렇다는게 문제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일본 토호 애니메이션 채널의 <블루 자이언트 NEW 연주장면 영상 (映画『BLUE GIANT』│「N.E.W.」ライブシーン特別映像)>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이건 그냥 스테레오 사운드라 돌비 애트모스의 그 현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심하게 까내리자면, 어르신들 들고 다니시는 AM/FM 라디오 크게 틀어놓고 듣는 그런 수준에 가깝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운드 시스템이 아니라면 작품 자체가 많이 밋밋해진다.  

 

 

5-1. 블루 자이언트 최대의 단점, 3D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의 위화감이 엄청나다.  특히 인물 모델링이 참으로 너무하다.

 

2D 인물들 (왼쪽부터 유키노리 / 다이 / 슌지)

 

 

3D CG 모델링 (윗쪽 2D와 동일 캐릭터들. 다들...뉘시오?)

 

2D에선 뭉특하던 애들이 3D로 오면 확 샤프해진다.  거울 통과하면서 실제 사람이 만화 속 연필 데생 캐릭터로 변하는 아하(A-ha)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재즈 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강남 성형외과 갔다와서 케이팝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는 면상들로 변신하는데 이 위화감 넘치는 3D 모델링 덕분(!)에 몰입감이 확 깨진다.  그래도 이 정도면 봐 줄만한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나는 아니다.  좋아하던 만화가 애니메이션화 될 때 생기는 원작과 애니 속 캐릭터 디자인의 미세한 차이점에도 이를 박박 갈아가며 악플 달 준비를 하는 나 같은 진상 악성빠돌이는 이런 장면 하나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이질감 가득한 3D 모델링은 이 작품 최대의 단점이다.  (※ 추가적으로 CG화면에 돌입하는 순간 화면 초당 프레임이 확 떨어지는데, 이것도 무시할 수 없는 마이너스 요소이다.  다만 여기서는 그보다 모델링 문제가 훨씬 심각하기에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3D로 오는 순간 어깨괴물로 변신하는 유키노리.jpg

 

저 봐라. 저거저거.  저 어깨로 태클이라도 당했다간 골로 가겠구만.  피아노 말고 미국가서 풋볼할 어깨라고.  잘됐네.  다이는 뮌헨 모터쇼가서 섹스폰 연주 접고 BMW 입사하고, 유키노리는 슈퍼볼 우승 확정짓고, 딱 좋네.  음악이 주연이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네이버랑 다음 영화 페이지 들어가서 나 별점 테러 하려고 했어....OTL

 

아직도 이게 왜 평점을 깎아먹을만한 요소인지 어리둥절한 분이 계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이건 주마다 TV에서 방영하는 일반적인 애니가 아닌, 엄연한 극장판이다.  따라서 투입되는 인원과 제작비가 남다르며, 그에 맞춰서 평소 TV판 작품에서는 매주 반복되는 뱅크신으로 떡칠하던 애니메이션들 조차 극장판으로 오면 그야말로 웅장해지는게 보통이다.  (예시: 블러드-C 더 라스트 다크 - 이게 무려 2012년 작품이다. 오프닝 8분간의 영상에 등장하는 CG수준을 확인하시길)   일부러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일본 또한 극장판 제작에 있어서는 작화붕괴로 대표되는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원래 만든 사람들 본인이 더 잘 인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눈에 확 거슬리는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은, 돌비 애트모스 지원을 비롯하여 원작 만화책에는 없을 수 밖에 없는 오리지널 재즈곡 작곡과 연주, 녹음, 믹싱 등 사운드 쪽에 예산이 대거 투입되면서 반대로 3D CG쪽이 제작비용 감소 피해를 뒤집어썼고, 끝내 저 유키노리의 어깨뽕(!)을 보면서도 '이 정도면 됐어. 그냥 가자'고 제작진들 스스로가 타협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사운드는 죽이는 반면, CG는 다소 괴기스러울 정도의 느낌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 탄생했는데도 말이다.  귀는 즐거운데 눈은 그렇지 못한 영화감상이라니, 이게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5-2. 블루 자이언트의 캐릭터 3D CG 모델링이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 중에는 이 작품 이전에 나왔던 TV판 음악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2007, 1기 기준)''언덕길의 아폴론(2012)'이 있다.  둘 다 극장판이 아닌 TV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작 예산이 그리 풍족한 편은 아니었을 것이고, 그래서 이쪽은 악기 연주장면 연출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연주장면이 3D CG인 것은 동일하게 간 대신, 돈을 펑펑 써야만 원래 디자인에 가까워지는 캐릭터의 얼굴을 가능한 빼 버리거나 명암이 생기도록 어둡게 설정하고, 연주하는 손과 악기를 주로 클로즈업하여 연주의 역동성을 살리는데 주력했다는 거다. 

 

그러나 블루 자이언트는 극장판.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제작환경은 끝내 캐릭터와 악기가 모두 한 화면에 잡히는 CG를 연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 연주 들어가면 해당 곡이 풀버전으로 나가는데 줄창 손만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  결국 캐릭터 모델링이 어깨만 어벤져스로 나온 이상...(생략)... 아니, 디즈니 신작이나 이거나 똑같은 17,000원 내고 봐야 하는 상황인데 관객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불만 아닌가 이거.

 

 

6.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바람에 해결되지 않은 또 다른 의문.  주인공인 섹스폰 연주자 미야모토 다이 / 피아니스트 사와베 유키노리 / 드러머 타마다 슌지의 호칭 문제가 그것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성+이름이라서, 미야모토가 성이고 다이가 이름이 된다.  작품 속에서 다이와 유키노리는 도쿄에서 알게 된 사이라 교제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는 다이와 동향(센다이) 친구이자 고교동창인 슌지도 마찬가지.  하지만 다이와 유키노리는 서로 이름을 불러 제끼는 반면, 슌지는 끝까지 성인 타마다로 불린다.  웃기는 건, 슌지 본인도 다이와 유키노리 이름을 그대로 부르면서 막상 자기 자신은 이 두사람한테 타마다라고 불린다는 것.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일본에서는 성을 주로 부른다고 하던데, 같은 밴드 멤버이면서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불리는 타마다 슌지의 관계성은 다소 섬찟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애니메이션 상영 중반쯤에 보면 위의 3번에서 언급한 인터뷰 영상 중 타마다 슌지의 나이 든 모습이 딱 한 번 나온다.  영상 내용으로 미루어봤을 때, 슌지는 결국 재즈의 길을 가지 않고 특정 회사에 입사해서 일반인의 길을 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설마.....  끝까지 재즈 친구이자 음악 쪽 나카마(仲間)로 남은 다이와 유키노리(이름) VS 잠시 재즈를 같이 했지만 탈덕(!)하고 일반인이 되어버린 타마다(성).  이걸 결말에 대한 복선이자 일본인 특유의 엄격한 집단 문화 상징이라고 보는 건 역시 너무 과한 해석일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 평가 : ★ ★ ☆ ☆ ☆ (별 2개)

  ** 3D CG 캐릭터 모델링만 완벽했다면 별 4개로 상향 가능

  ** 음악이 주연이지만 누가 뭐래도 영상물의 기본은 화면빨. 3D가 다 깎아먹은 점수.

 

- 남들에게 추천 가능여부 : 보류 (추천/보류/비추천)

 ** 보류 사유

  1) 3D CG캐릭터 모델링 (저기...누구세요?)

  2) 돌비 애트모스 (지원 기기가 없다면 반쪽짜리 감상)

  

 

10년 만에 극장 갔다가 음료수는 셀프서비스라는 말에 당황해서 기념촬영. 니 콜라는 니가 따라 드세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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