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람일 : 2023년 11월 19일 (일) 1회차 (09:50 ~ 11:45)
* 극장 : CGV 여의도 4DX관 (SOUNDX 2D)
* 티켓가격 : 15,000원 (대신 지불해 준 누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 런닝타임 : 105분
- 들어가며 (1) : 왜 더 마블스였나?
블루 자이언트의 3D CG 모델링 시각테러 여파가 조금 가라앉고 나서, 이번에는 그래비티 이후 10년만의 특수영화관 (4DX)나들이를 나서기로 했다. 자고로 이런 쪽은 의자가 들썩들썩 거려야 제 맛이기에, 영화 본편보다도 특수관 관람이라는 데 의의를 두고 - 좀 더 정확히는 박서준 등장씬이 그토록 쇼킹하다는 소문 때문에 - 고른 영화. 마침 여의도 CGV에 방문한 게 이른 아침인 관계로, 가장 먼저 시작하는 영화를 고르다가 걸린게 이 작품인 탓도 컸다. 허나 한가지 큰 난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마블시리즈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문외한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수준인가 하면, 끽해봤자 유튜브에 누군가가 올려놓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 변신 장면 쇼츠 영상과 마블 스튜디오 로고, 그리고 관련 영화 개봉명칭들 (예: 어벤져스) 정도가 내가 아는 마블 유니버스의 전부다. 따라서, 마블을 전혀 모르는 제3자가 본 마블 영화에 대한 감상으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 들어가며 (2) : 아니, 왜 마블을 안봐요? 그럼 히어로물 본 거 없어요?
사실 이건 내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인데, 나는 히어로물을 싫어한다. 그 계기는 옛날 MBC에서 방송했던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영화 「슈퍼맨 3 (1983)」였다. 3편을 보기 전까지, KBS에서 보여줬던 슈퍼맨 1편과 2편은 반대로 매우 좋아했다. VTR로 녹화해서 말 그대로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질 만큼 반복해서 봤으니까. 특히 주인공인 슈퍼맨 보다도, 2편의 빌런인 조드 장군과 그 부하들이 달에 내려와서 미국의 달 착륙선을 부수고 죄없는 나사(NASA)의 우주비행사들을 달 궤도 밖으로 날려버리는 장면을 그렇게 좋아했다.

나이가 들고 나서 왜 그랬는지 억지로라도 이유를 붙여보자면, 「무중력과 진공상태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벌레같은(!) 인간 따위와 기계 정도는 손가락 힘만으로도 날려버리는」 빌런의 강력함에 매료되었던 건가 싶기도 하지만, 하여간 좋았다.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낄만큼. (반사회적인 어른으로 자라지는 않아서 다행이긴 하다..) 어쨌거나 그리도 좋아했던 1,2편과 달리, 슈퍼맨3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내게 큰 충격을 안겨줬는데, 바로 선한 슈퍼맨(클라크 켄트)과 악한 슈퍼맨으로 분리되고 나서 악한 쪽이 벌이는 아래의 술집 씬이었다.


이 장면이 어린나이에 말도 못할 배신감으로 다가온거다. '내가 아는 슈퍼맨은 정의의 히어로라고!! 저렇게 길거리 술집에서 못난 어른들 마냥 술이나 마시고 기물파손하는 건 슈퍼맨이 아니야!!!!' 완벽하기 그지 없어야 할 일종의 신성한 상징이 저거 하나로 다 부서져내린 느낌이라서, 그 당시에는 울기까지 했었다. 인간의 이중성? 고뇌하는 영웅? 아, 다 필요없어. 히어로는 결점이 없어야 해. 완벽해야 한다고. 정의감과 착한 마음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서는 안되는게 히어로야.(?!) 그럴거면 빌런을 넣지 말던가. 혼자서 선과 악 다 가지고 있는데 뭐하러 악역이 필요해?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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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던 히어로의 세계관을 근본부터 박살내버린 슈퍼맨3 이후 지금까지, 나는 정말로 그 어떤 히어로물도 보지 않았다. 팀 버튼의 배트맨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시절에도, 이블 데드로 유명한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으로 흥행감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때에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그토록 화제일 당시에도, 어벤져스 개봉관련 배우들 내한이벤트로 난리가 났던 상황에도, 히어로물은 내게 있어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을 건드리는 발작 스위치나 다름 없었기에 모조리 외면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데, 그 당시엔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거부감이 잠재의식 처럼 남아있어서 히어로물은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이게 마블 영화 뿐만 아니라 - 슈퍼맨 1,2,3편을 제외한 - DC 계열 영화 또한 거르게 된, 나만의 이유다. 그러고보니 슈퍼맨은 DC 진영이라며? 이 글 쓰다가 알았네. 이 정도로 히어로물, 특히 마블 계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본 더 마블스 감상문, 진짜로 시작합니다.
- 감상
1. 미즈 마블? 카말라 칸??? 캐릭터 이름만 보면 인도 계열인 것 같은데 찾아보니 설정이 무슬림? 그러면 인도가 아니라 파키스탄 소녀? 모르겠다. 어차피 마블 배경지식 없는 사람이 쓰는 글이니 그러려니 해주시길. 일단 이 친구, 무지하게 시끄럽다. 내가 여지껏 봐 왔던 영화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캐릭터 1위는 영화 러시아워(1998)의 제임스 카터(배우 크리스 터커)인데, 거의 막상막하다. 대신 제임스 특유의 리듬이 담긴 랩(!)에 가까운 수다는 그의 인종과 외모, 실제 배우의 본업(코미디언)을 감안하면 자연스레 납득이 가는 것과 달리, 카말라 얘는 그냥.... 정신 사납다. 아니, 그런 수준을 떠나서, 얘가 화면에 나올 때마다 바가지 긁히는 기분이다.

마침 카말라 본인도 주인공(캡틴 마블: 브리 라슨)에 푹 빠진 사생팬 느낌이라서, 행여나 두 사람이 한 화면에 잡히기라도 하면 아주 난리가 난다. 최애를 눈 앞에 둔 덕후가 말문이 터져서 네버엔딩 스토리를 속사포로 쏴대는 데 듣고 있기가 심히 괴롭다. 입으로 세상을 구할, 전에 없던 바가지 여전사의 탄생이다. 팔에 낀 팔찌를 뺏은 다음 방에 가둬놓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전형적인 아드레날린 유발성 캐릭터.
2. 제작비 일부를 인도나 파키스탄 계열에서 지원한 건지, 아니면 카말라 설정 자체가 더 마블스 3인 중 유일한 미성년자라 그런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원작이 그런건지는 몰라도, 카말라의 가족 출연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특히 카말라의 어머니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는 디즈니와 무슨 연이라도 있나 의심이 갈 정도로 무지하게 자주 나온다. 닉 퓨리(새뮤얼.L.잭슨) 등장 빈도와 거의 동급 수준. 여기에서 문제는 스토리 진행에 전혀 관여하는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등장해서 영화의 흐름을 수시로 끊어버리는 대활약을 펼친다는 데 있다.

그렇잖아도 인생 첫 마블 영화라서 배경지식도 없는 상황이고,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 조차 일절 없어서 줄거리를 실시간으로 짐작해야 하는 마당에, 툭하면 튀어나와서 갑분싸를 시전하는 이 작품 최고의 씬 스틸러. 외모지상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악역인 다르-벤 보다 훨씬 세 보인다. 딸과 같이 나서서 모녀가 합동으로 잔소리+수다 공격을 시전하면 다르-벤은 물론이고 적들이 모두 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지 않을까. 캡틴 마블도 필요 없을 것 같다.
3. 주인공인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이 영화 하나만 놓고 봐서는 대체 뭐하는 캐릭터인 지 알 수가 없다. 특히 그 타르낙스? 초록색 대머리 뾰족귀 헬레이져 집단(.....)이 모여있는 곳에서 벌어진 일과, 빌런인 다르-벤 사이에 있던 일은 마블 원작 코믹스나 그동안 나왔던 마블 영화들을 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내용 진행이 불친절하다. 모르고 본 내 잘못이 맞긴 한데, 감독과 편집자가 보여주는 영상만 봤을 때에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캡틴 마블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이 여자가 무슨 모아이 고대 유적처럼 생긴 사람 얼굴 모양 석상(?)을 - 진짜로 뭔지 모릅니다. 아시는 분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 파괴하는 바람에 다르-벤이 어쩔 수 없이 악역이 된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남의 집 기둥뿌리를 박살내서 한 종족을 우주 떠돌이 침략자로 만들어놓는 걸 행패가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일단 한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이 여자, 마블 유니버스 말고 저 쪽으로 보냅시다. 「더 보이즈 (The Boys)」였나? 대놓고 히어로들이 빌런 짓 하는 시리즈물. 거기에 딱이구만.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라고 가정한 다음 보면 얼굴도 악의 축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4. 과연 소문대로 얀 왕자 등장씬에서 나도 모르게 온몸이 오그라든 걸 보면, 첫 등장의 임팩트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 영화 제5원소(1997) 디바 등장 장면의 충격을 기억 너머로 날려버릴만큼 쇼킹하다. 게다가 내게는 그 쇼킹함이 더한 게, 박서준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아직 단 한편도 본 적이 없다. 본 것은 오직 예능, 나영석 PD의 '윤식당'과 '윤스테이'가 전부다. 그래서 내가 가진 박서준의 이미지와 얀 왕자 사이의 괴리감은 글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하다. 애석하게도.

좋게 말하면 심히 아방가르드하면서 포스트 모더니즘적이고 (....) 나쁘게 말하자면 두고 두고 박서준 본인도 이불킥 할 것 같은 저 거대 나방 날개 모양 왕관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터졌다. 동시에, 잠시나마 동정심을 느꼈는데, 이토록 영화 속 누군가를 안타깝게 여긴 건 옹박(2003)에서 토니 쟈에게 니킥과 엘보로 무자비하게 얻어터지던 영화 속 엑스트라 이후 처음이다. 더군다나 박서준은 진지하게 열연을 하고 있어서 복장과 연기 사이의 갭이 상당하다는 게 안타까움을 증대시킨다. 뭐, 본인이 아니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래도 주연인 브리 라슨의 상대역으로 나왔으니 예상보다 비중은 더 큰 편이었다.
5. 「Use Your Scarf !!! (니 스카프를 써 !!!!)」
박서준이 이만 벨라니(카말라 칸 역)에게 외친 말. 영화 속에서 박서준이 했던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노래로 부른게 아니라서? 그럴지도. 그나저나 카말라 얘 그 훔친 팔찌 말고도 무기가 더 있었던거야? 주둥아리 공격 말고?! 아니, 그전에 카말라 본인도 모르는 스킬을 박서준은 어찌 알고 어드바이스를 해주는거지? 이러다 우리 박 주방장 저 왕관 또 써야 하는거 아니야? ㄷㄷㄷ
6. 박서준 말고도 이 영화에는 안타까운 사람이 2명 더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관계로 확신할 순 없지만, 아래 두 사람의 연기는 어딘가 어색함이 넘쳐난다. 악역인 다르-벤과 모니카 램보. 꼭 우리말이 아니더라도, 소위 말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지 않나. 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그런 것. 이 두 사람이 그에 해당한다.

박서준이 이 작품의 손발을 책임지고 있다면 (오그라듬), 이 두명은 오버액션과 어중간한 연기를 맡아서 매우 효율적으로(?) 분업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모니카는 어딘가 겉도는 느낌이다. 여기에서 겉돈다는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로 연기 중인, 뭔가 괴리되어 있는 인상을 준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모니카의 연기는 보고 있기가 불편하고, 반대로 다르는 영화 내내 분노에 찬 오버액션을 하다 보니 점점 연기가 심형래의 '외계에서 온 우뢰매'(1986) 같이 하향평준화 된다. 설상가상으로 자칭 미스 마블, 타칭 카말라 칸은 관객들 귀에서 피나는 꼴을 봐야겠다는 듯이 계속 떠들어대고, 캡틴 마블은 시종일관 표정 변화 없이 - 무슨 스티븐 시걸도 아니고 - 같은 톤의 연기를 반복한다. 이것도 모자라서, 구스? 고양이? 얘는 기생수 흉내를 내는 주제에 일단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귀여움을 받는, 납득 불가능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끔찍함이 악순환되는 와중에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건 닉 퓨리가 나왔을 때 뿐이다.

7. 마지막으로 웃자고 하는 이야기. 만약 이 작품에서 박서준이 등장한 분량 내내 달러 멘디의 히트곡 '뚫흙송(Tunak Tunak Tun)'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춤을 췄다면, 이 영화는 IMDB 선정 '죽기 전 꼭 봐야 할 영화 1000선'에 들어갔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을 기회를 걷어차버린 디즈니와 제작진에게 애도를 표하며.
- 평가 : ★☆☆☆☆ (별 1개)
** 4DX가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했다면 별 0개.
** 총체적인 난국. 시작부터 끝까지 단점 퍼레이드.
** 디즈니는 중국 대신 인도의 꿈을 꾸는가.
** 모르는 사람에겐 쿠키영상도 의미불명
** 마블 팬이 아니라면 볼 이유 조차 없는 영화
※ 손목시계 지수 (새로 추가)
런닝타임을 분으로 환산한 다음, 관람시간 동안 손목시계로 현재 시각을 확인한 회수를 나눠서 그 영화가 얼마나 지루하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가를 나타내는 나만의 주관적 지수. 결과값이 클수록 몰입감이 대단한 작품. 단, 예외는 손목시계를 본 적 조차 없는, 시계를 본 회수 자체가 0회일 경우. 이 때는 대신 몰입도 100%로 표기.
- 더 마블스 시계지수 : 105분 ÷ 10회 = 약 10.5 = 반올림해서 11 (몰입도 11%)
4DX 관람이었는데 이 정도로 시계를 확인했다는 게 참....
- 남들에게 추천 가능 여부 : 비추천 (추천/보류/비추천)
** 고작 영화 추천 가지고 무병장수할 생각 없음.
P.S ) (2024.02.10 내용 추가)
디즈니플러스의 2024년 구정연휴 선물!!!!
작정한 디즈니 플러스…’더 마블스’→’30일’까지 설 연휴 꽉 채운다
[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 '더 마블스'부터 '30일', '범죄도시3'까지.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이 설 연휴 안방 극장을 책임진다. 먼저 뜻밖의 만남에서 진정한 팀업을 보여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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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작정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획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