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개설 후 처음으로 쓰는 특정 제품 설치기인데, 협찬이나 광고가 아니라는 점부터 확실히 말씀드린다. 하루에 한명 오셔도 감지덕지한 - 게다가 지난 7개월 동안 글 한 번 올라오지 않았던 - 블로그에 그런 게 들어올 일도 없을 뿐더러, 얼마 전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겪고 난 후 가족(누나)에게 선물 받은 물건이라서 제조사와 어떠한 연관도 없으며, 따라서 이 글은 그냥 블로그 재시작을 위한 시동걸기 쯤으로 봐 주시면 되겠다.

1. 설치 계기
이 글을 쓰기 며칠 전인 24년 9월 27일 밤, 갑자기 집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129 다산콜센터에 전화해서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당일 건물 근처에서 이뤄졌던 수도배관 교체공사 때문에 이 일대 전체가 난리가 나서 담당자들이 야간 작업을 불사하며 급하게 수습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행히도 이 녹물 사태는 그 날 자정을 기해 줄어들다가 다음날 아침에 완전히 종식되었지만, 이를 알게 된 누나가 선물로 퓨어썸 2세대 세면기 필터를 보내준 것이 제품을 설치하게 된 계기이다. 원래는 그냥 세면기에 달아놓은 것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다른 블로그나 인터넷에 올라온 퓨어썸 사용기나 리뷰와는 달리, 내 경우는 설치 도중 난관을 몇 차례 마주하는 바람에 쉽지가 않았다. 고생했다면 동네방네 자랑하는 것이 인지상정, 무난하게 설치했던 사람들에 비해서는 힘들었다고 징징거릴 자유는 있는 거니까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2. 제품 언박싱 및 구성품 소개

설치할 제품이 제품인 만큼 내용물은 꽤 단촐하다. 세면대에 연결할 제품 박스와 교체용 필터 6개가 들어간 봉지 하나가 끝. 제품 설명서에는 필터 1개 당 최소 1개월에서 최장 2개월까지 사용가능하다고 나와 있으니, 잘만 쓰면 1년 이상 사용 가능한 패키지가 되겠다. (교체용 필터 6개 + 제품 자체에 필터 1개 내장 = 총 필터 수 7개)

제품 박스에는 필터 교체 방법이 인쇄되어 있다. 박스 내부에 간단한 설명서도 1장 동봉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제품 설치과정 안내만 나와 있기 때문에 필터 교체는 박스 겉면 설명을 참조해야 한다.

박스를 개봉하면 샤워기 헤드처럼 생긴 제품 본체와 설치 및 결합에 필요한 스패너(공구), 본품이 집에 있는 세면기 수전과 맞지 않을 때 연결 부속으로 사용 가능한 8종류의 어댑터와 고무패킹 3종이 들어있다. 웬만하면 어댑터 없이 연결 가능하길 빌었는데, 어댑터를 쓰지 않으면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당첨되는 바람에 저 8가지 부속을 다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필터는 이렇게 생겼다. 제품 윗면과 아랫면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 덕분에 필터 교체시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다. 딱 봐도 배수구 처럼 생긴 쪽이 아랫쪽으로 향해야 한다.

제품 본체에는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필터 1개가 이미 들어있고, 수전과 연결되는 부위에는 누수 방지 차원의 고무 패킹 1개가 동봉되어 있다. 헤드 표면의 출수구가 엄청 작은 편인데, 나중에 필터 교체 주기에 도달하면 물 나오는 양이 알아서 줄어들 것 같은 디자인이다.

본품 직접 연결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한 8종 어댑터 사진. A, B, C, D, E, F, G, H 이렇게 8가지로 구성되어 있고, 부속 자체는 투명하다. 투명한 제품이 확실히 보기는 좋은데, 어댑터 표면에 양각되어 있는 A, B 이 알파벳 문양이 저 속까지 다 들여다 보이는 투명 재질 때문에 빛이 반사되는 곳에서는 알아보기가 힘든 단점이 있다. 일단 8개나 되는 어댑터와는 대조적으로, 수전과 어댑터 사이의 누수를 막아 줄 고무 패킹은 다행히 3종류로 끝이다. 부속 설명은 여기서 마치고, 드디어 본격적인 설치기로 들어간다.
3. 퓨어썸 필터 본품 세면대 설치 (1) - 첫번째 고비

만약 여러분 화장실의 세면대 수전이 위의 사진처럼 토수구가 달린 제품이 아니라면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퓨어썸 필터는 설치할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아예 세면대 수전부터 바꿔야 하는 관계로, 혹시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이 사실에 꼭 주의하시길 바란다. 사진에 표시했듯이, 수전 끝에 나사처럼 돌려서 결합과 분해가 가능한 토수구를 먼저 제거해야 퓨어썸 필터 본체 설치가 가능하다. 그래서 아까 박스에 들어있던 스패너로 토수구 분해를 시도했는데, 전혀 맞질 않아서 헛돌기만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예전에 토수구 청소를 위해 몇 번 분리하는 과정에서 토수구 몸체가 약간 손상이 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https://youtu.be/ewXC9QyrqzY?si=W5oT47ax-mNXg1rm
그런데 비단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해당 스패너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저 세면대 수전 토수구를 분해할 일이 거의 없기에, 접촉 면적이 작고 구조상 힘을 주기 어려운 저 기본 스패너로는 오랜 기간 결합된 상태가 유지되면서 내부적으로 녹이 슬거나, 이물질 침착 같은 이유로 연결 부위가 완전히 굳어진 토수구를 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배관용 공구를 사용해야 한다.

정식명칭은 워터펌프 플라이어, 배관 공사 현장에서는 주로 첼라라고 부르는 저 사진 속 공구가 이럴 때 필요하다. 토수구를 움직이지 않게 잡아준 다음, 반시계 방향으로 풀어주면 풀린다. 아무래도 일반 가정에서는 평소에 쓸 일이 없는 물건이다 보니 집집마다 하나씩 구매하시라는 말씀은 차마 못 드리겠고, 서울을 예로 들자면 각 동사무소에서 이런 류의 공구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에 필요할 때 잠깐 빌려 쓰고 반납하는 쪽을 추천한다. (※ 지방은 각 지자체 별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소개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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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말이 나온 김에 세면대 수전 부속품인 토수구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한 줄기만 옆으로 강하게 나온다거나, 샤워기 헤드도 아니면서 물이 여러갈래로 갈라져 나온다거나 하면 대부분 이 토수구에 이물질이 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이럴 때에는 저 토수구를 분리해서 칫솔로 틈새와 구멍을 잘 청소해주면 거의 해결된다. 그런 이유로 나 또한 2~3년에 한 번 씩은 토수구를 워터펌프 플라이어로 풀어서 청소했는데, 이 때마다 조금씩 망가진 토수구 몸체 때문에 고생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4. 퓨어썸 필터 본품 세면대 설치 (2) - 두번째 고비

세면대 수전 토수구를 분리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이제 여기에 맞는 연결용 어댑터를 고를 차례다. 버니어 캘리퍼스 같은 측정 공구가 있었다면 토수구 외경을 직접 재 보고 그와 같은 치수의 어댑터를 고르는 게 정석이겠지만, 이 또한 위의 첼라와 마찬가지로 집에 놔두고 수시로 사용하는 물건은 아닌지라 토수구와 어댑터 연결부위를 1대1로 마주 대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어댑터는 E, 여기에 맞는 고무패킹은 1번이라서 끼우기만 하면 끝이겠구나 했건만, 내 기대는 또 한 번 배신당했다. 막상 직접 돌려서 껴보니까 E가 약간 작아서 결합이 되지 않았고, 결국 어댑터 8개를 일일이 끼워 본 끝에 나온 결론은 F 어댑터였다. 그렇다. 쓸데없이 어림 짐작하지 말고 이럴 때에는 그냥 전부 테스트 해보는 게 정답이다. OTL

맞는 어댑터도 찾았으니 드디어 끝이 보이는구나 하면서 시계방향(분해의 역방향)으로 어댑터를 조이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두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어댑터가 다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더 이상 조일 수가 없는 사태가 터진거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수전 내부를 잘 봤더니, 사진에 나오는 수전 자체에 부속된 고무패킹이 어댑터를 끝까지 조일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산 넘어 산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어.
https://youtu.be/J-2CNaBKAro?si=VA28FgDfAsG6E3GK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수전 내부 고무패킹+어댑터용 고무패킹+어댑터가 같이 부대끼다 보니 어댑터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패킹 2개가 겹치면서 생긴 불상사라 둘 중 하나는 빼야만 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수전 내부 고무패킹을 제거하고 어댑터용 패킹과 어댑터를 체결했다. 내부 구조를 감안하면 수전 쪽이 아니라 어댑터 쪽 패킹을 빼는게 맞겠지만, 수전 쪽은 이미 그 안에서 지난 9년 동안 시달렸던 녀석이라 고무가 많이 상한 부분이 눈에도 보일 정도라서 그냥 뺐다. 아무래도 신제품이 좀 더 낫지 않겠는가. 대신 이번에 제거한 수전 패킹과 토수구는 나중에 원상복구 해야 할 상황을 대비해서 따로 잘 보관해놨다.

여러모로 속 썩이던 어댑터를 드디어 패킹과 함께 결합하고 조여줌으로써 1단계 중간 연결부속 설치는 끝났다. 어댑터의 나사산이 없는 몸체 부분 폭이 워낙 좁은 관계로, 아까 사용했던 첼라 대신 원래 동봉된 스패너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으니 얘도 자기 몫은 다 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퓨어썸 필터 헤드 본체 뿐이다.
5. 퓨어썸 필터 설치 완료

본체는 다행히 손으로만 돌려줘도 문제 없이 결합된다. 설치한 날로부터 3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필터 색이 변하지는 않은 것으로 미뤄 볼 때 현재 나오는 수돗물은 나름 깨끗하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세면기 수전을 틀었는데 샤워기 물줄기가 나와서 어색한 점만 빼면 딱히 거슬리는 건 없다.
https://youtu.be/asTljVVAIp0?si=eqQZH6ftucBKj_qy
안타깝게도 물을 틀어보니까 어댑터 윗쪽에서 약간씩 누수가 발생한다. 아마도 수전 고무패킹을 뺀 여파일 듯 한데, 수도를 잠그면 누수도 같이 멈추는 터라 이대로 사용하기로 결정. 물론 어댑터를 다시 분리해서 윗쪽 나사산에 나사씰(테프론 테이프)을 감아주는 방법도 있지만, 어댑터 소재가 단단한 금속이면 몰라도 강도 측면에서는 약간 불안한 강화 아크릴인 이상 잘못하면 재결합 과정에서 금이 가거나 부서질 가능성도 있기에 누수 방지작업은 추후 상황을 보면서 대처하려고 한다. 어쨌거나 설치 완료!
6. 설치할 분들을 위한 주의사항 정리
▷ 설치 난이도 : 하 (상, 중, 하) -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설치 가능
▷ 세면대 수전 토수구 모양 확인 필요 (없으면 설치 불가)
▷ 토수구 분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 토수구 분리 후 제품 본체가 결합 가능하면 그대로 설치
▷ 퓨어썸 제품 본체 및 어댑터 결합은 시계 방향으로
▷ 어댑터는 직접 껴보고 완벽하게 결합되는 것으로 고를 것
▷ 어댑터 결합에 문제가 없다면 수전 고무패킹은 제거할 필요 없음
▷ 설치 후 제거한 부속(토수구, 패킹)은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