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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일 (2024) : 애플이 허공에 쏘아올린 2억달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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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sting 2024. 2. 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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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일부터 할인해준다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JPG

 

 

* 관람일 : 2024년 2월 8일 (목)  2회  (11:45 ~ 14:13) - 개봉 2일차에 관람

* 극장 : 롯데시네마 김포공항 10관

* 티켓가격 : 9,000원 (15,000원 - 5천원 할인티켓 적용 = 9,000원)

* 런닝타임 : 138분 (2시간 18분)

 

 

- 들어가며 : 왜 이 영화인가?

 

문제의 시작은 아가일 개봉일인 2월 7일, 롯데시네마에서 보낸 문자 1통이 발단이었다.  「9천원으로 할인해주는 할인권 2매 보내드렸어용~ 덤으로 콤보메뉴 3천원 할인권도 넣었어용~ 아 참, 이거 2월 안으로 쓰셔야 해용~」  자본주의 사회 최대의 선행인 공짜 다음으로 아름다운 할인이라는 단어는 내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고, 얼른 할인권 적용이 가능한 영화를 알아봤더니 딱 2개가 걸려나왔다.  아가일, 그리고 인투더월드.

 

아무리 그래도 이걸 보기는 좀.... OTL

 

이 때만 해도 이게 밸런스 게임인 줄 모르고 단순한 이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 착각해서 '아 그럼 당연히 아가일 봐야겠지' 하는 마음으로 예매를 해버리고 말았는데...  원래는 저 할인권으로 이제 거의 극장에서 내려간 우리나라 영화 '노량'을 볼 계획이었다.  이왕이면 큰 화면으로 보는게 좋지 않은가.  마침 아가일 상영 전에 나왔던 '듄2' 예고편도 대놓고 화면 크기 비교를 통해서 집의 조그만 TV 대신, 극장 스크린으로 보라고 열변을 토하는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동시상영작이었던 윙카 / 시민덕희 / 소풍 / 데드맨 / 도그데이즈 / 건국전쟁 /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 / 영화 스미코구라시 - 푸른 달밤의 마법의 아이 / 노량 : 죽음의 바다.... 전부 할인권 적용 예외 대상이었다는 사실에서 나는 눈치챘어야 했다.  이건 극장의 함정카드였다는 사실을.

 

롯데시네마 : 좋아, 딱 걸렸으 ㅋㅋㅋㅋ

 

 

어찌됐건, 오늘도 늘 그랬듯이 나는 아가일에 대한 사전정보는 전혀 모르는 채 관람에 들어갔다.  굳이 따져보자면, 영화 카피였던 "내가 쓴 베스트셀러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정도.  그래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웹소설 식 전개인가 보다'하고 멋대로 정의한 다음 실체는 관람시 확인하는 것으로 넘겨버렸다.  아, 킹스맨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하나는 알고 보러 갔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킹스맨은 본 적 없다.  1,2편 모두. 영화는 모르고 볼 수록 그 충격과 공포가 제대로 와 닿는다는 주의라서.  따라서 앞선 2편의 영화 감상문처럼 - 더 마블스 / 블루 자이언트 - 문외한의 눈으로 본 아가리.. 아니 아가일은 이렇게 보이는구나...라고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

 

 

- 감상

 

애플 오리지널 작품 : 극장에서 내려오면 사과TV로 직행할 듯.JPG

 

 

1. 스포일러와 감상이 포함된 초반부 분량의 줄거리  (1인칭 주인공 시점)

 

작가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상상 : 눈 떠보니 내가 인기작가?!

 

내 이름은 엘리 콘웨이, 인기 작가죠. 훗.  쓰기만 하면 베스트셀러 예약인 인기 첩보 소설 「아가일」의 4권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어요.  쓸데없이 꼬실려고 찝적대는 남자 팬이 있었지만, 데이트 약속이 있다고 뻥 친 다음 집으로 도망왔죠.  데이트?  데이트으으으으?? 그 딴 건 내 사전에 없어요.  내 사랑하는 고양이 알피면 모를까, 어디서 굴러떨어졌는지 알지도 못할 잡것들은 책이나 사서 통장 잔고를 불려주면 그만인거고, 나는 후속권 집필로 바빠 죽겠다구요. 

 

어쨌거나 귀가 후 아이맥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연타한 끝에 드디어 5권을 절단신공으로 끝내고, 언제나 내 퇴고작업을 도와주시는 엄마(mom)에게 쏴드렸는데.. 아니 이게 웬걸, 엄마가 결말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시네요?  이대로 출간했다가는 너 썅년된다고 한 챕터만 더 쓰라고 하시는데... 어쩌겠어요.  효녀 소리 들으려면 써야죠.  까짓거 챕터 하나인데.

 

애플모녀 : 어머니 역 배우는 '나홀로집에'의 그 분이 맞다 (캐서린 오하라)

 

이왕 영상통화 하는 김에 맥북도 잘 나오게끔 애플 PPL도 가열차게 해드리고, 챕터 하나 더 쓰려고 했다가... 아 막혔어요.  써야 하는데, 도저히 삘이 오질 않아요.  어쩌겠어요.  기분 전환 겸 효녀 소리 들을 겸, 부모님 직접 뵈러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맞다, 나 비행기 공포증 있어요.  그래서 공중에 날아 댕기는 것들은 발작이 일어나서 못 타요.  참고로 이거 복선이에요?    

 

당신이 여주? 내가 남주요. (샘 록웰 / 배역명 에이든)

 

기껏 탄 열차에서 정신줄 놓고 있던 와중에, 아니 이 지져스 크라이스트 같은 양반이 어디서 뻑큐질이야!   난 분명 자리 있다고 했는데 지가 대뜸 앉아놓고!  예의도 없는게 싸가지까지 없어!  가만, 저거 내 책인데?  뭐여?  당신 내 독자여?  독자면 독자답게 굴던가!!

 

사실 내가 스파이고, 당신 구해주러 왔다니까.JPG

 

그런데 이게 뭔....  저 지져스 양반이 떠드는 바람에 내 정체를 알고 사인 받으러 온 팬이 갑자기 칼을 꺼내서 날 죽이려고 해요!!  아니, 기차에 탄 사람들이 다 날 죽이려고 해!  이게 뭐야!!!!  지져스!!  아저씨, 나 구해주러 온 거에요? 맞죠? 그렇죠?  오지 마, 피 묻어.(....) 

 

아, 그런데 이 영화에서 피는 생각보다 보기 힘들어요.  칼에 찔려도, 총알에 관통당하고 수류탄이 터져도 피가 거의 안튀는 클린한 작품이에요.  심지어는 영화 오프닝에서 음독 자살하는 두아 리파도 피 토하거나 그런거 없이 그냥 꼴까닥 하거든요?  괜히 만12세 관람가가 아니더라구요!.  덧붙이자면, 미국 내 아가일 영화관람 등급은 PG-13 이랍니다!! (※ 13세 미만은 부모 동반 필요 권고 등급)  그러니 안심하고 꼭 자녀분들과 함께 극장을 방문해서 관람해주세요!

 

가짜(Fake) 주인공 아가일 요원 (헨리 카빌)

 

이제는 너무 놀라서 그런가, 헛것이 막 보이네?  지져스가 갑자기 2세대 슈퍼맨으로 변했어?! (.....)  잠깐, 당신이 아가일 요원이라고?  내 책 속 주인공?  뭐야 이거, 그럼 2D 속 내 최애가 3D 최애가 된거야?  그건 아니고?  당신은 작가인 내 말에 따르는 소설 속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뭐?  페이크 주인공??  반대로 지져스는 현실 스파이가 맞고?  아 뭐야 잠시 스톱.  이 무슨 평행차원의 내가 개풀 뜯어먹는 소릴 하고 있어.  감독님, 우리 이러지 말아요.  그렇잖아도 지져스하고 슈퍼맨이 계속 교차편집되는 화면 때문에 정신 사나워 죽겠는데, 최애는 도입부하고 저거 잠깐 나오고 끝난다구요?  아니 왜?     

 

그렇다네요.JPG

 

간신히 기차에서 탈출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이제 어쩌죠.  지져스 아저씨...아니, 에이든 요원.  당신 말은 내 소설 내용대로 현실이 따라온다구요?  그래서 다음 챕터를 얼른 써야 한다?  일단 내 책은 데스노트 상위호환이라는거네요?  지금 제일 급한 건 전설적인 해커 바쿠닌이 남긴 정보부 주요인물 일거수 일투족이 담긴 파일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가야 할 곳이 런던이고?  여긴 미국인데요? 그럼.... 나더러 비행기 타라는 거잖아 이 망할놈아.  나 비행기 공포증 있다고. 못 타.  안 가.  니가 가.

 

이제 지져스 끝 에이든 시작.JPG

 

그래도 살려면 타야지 어쩌겠어요.  이러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세상에, 개인 제트기까지 준비한 걸 보니 에이든 당신 사기꾼은 아닌 것 같네요.  음음.  덕분에 발작은 터졌지만 당신이 어떻게든 해줬으니 그건 넘어가고.  런던에 왔으니 바쿠닌 은신처를 찾아야 한다라...  솔직히 그건 당신이 찾아야 하는거 아니에요?  난 작가라구요. 내가 그걸 어떻게 찾.....어? 이게 되네?  찾았어요!  은신처도 찾고, 바쿠닌이 남긴 로그북도 회수완료!  덤으로 탈출로까지 찾아내다니, 내 뛰어난 탐지능력의 끝은 과연 어디?  역시 내가 주인공이라 그런가? ㅎㅎ  아, 이것도 복선이에요.

 

이 스샷만 보면 다른 의미의 사고 같다. (고딩엄빠 참조)

 

어찌됐건 나 죽이러 왔던 정보부 요원들도 에이든이 싸그리 죽였고, 어렵게 탈출해서 한적한 모텔에 들어왔더니...  에이든이 나 몰래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날 죽이고 싶다고 하는거 있죠?  아 또 왜 여기서 플롯이 꼬이는건데?  이 자식 싸패인가?!  내 편인줄 알았더니 이 놈도 위험한 놈이었을 줄이야!  너무 무서워서 에이든 몰래 도망쳤어요.  그렇지만 내가 뭘하든 추척당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도, 아이폰도 못 쓰고 주머니엔 돈 한 푼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컬렉트콜 걸었죠.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다행히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런던에 곧 오신다네요.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겠어요.

 

 

2. 잠깐 중간 정리

 

차라리 이 3명이 진짜 주연이었다면 결과는 꽤 달라졌을지도.

 

일부러 여기에서 1인칭 헛소리를 끊어버린 이유는, 저 내용만으로 영화 초반 1시간을 때우기 때문이다.  헨리 카빌+두아 리파+존 시나가 카메오처럼 나오는 오프닝 시퀀스 15분 분량이 끝나고 나면, 1번 항목에서 다룬 인기 소설가 엘리 콘웨이의 일상이 박살나는 이야기를 연달아서 45분간 보여준다.  더욱 대단한 건, 내용 빌드업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때 난생 처음으로, 영화 상영 도중에 화장실을 다녀왔다.  나를 포함해서 당시 관객 수가 10명에 불과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극장 내부 난방을 약하게 해서 내부 온도가 다소 썰렁했던게 원인이었다.  영화 시작전 미리 볼 일을 보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관람 도중 약간씩 마셨던 콜라가 바로 반응해버렸으니...  아니, 외계+인 1+2부 연속 상영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뭔 일이래;

 

 

3. 중반부 줄거리 요약

 

사무엘 L 잭슨이 MotherFXXXXX를 외치지 않는 영화 (만12세 관람가)

 

에이든 요원으로부터 도망친 엘리는 호텔에서 부모님과 만나지만, 이 또한 뒤통수 치는 전개의 일환이다.  부모님이 모두 작전부 - 영화 속에서는 정확히 어떤 기관인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007의 MI-6 같은 정보기관 느낌 - 소속으로, 아버지인 리터는 국장 / 어머니 루스 또한 그쪽에서 일하는 요원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엘리의 안전 보다도 그녀가 챙긴 해커의 로그북에 더 신경쓰는 리터를 보며 뭔가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던 중 에이든이 호텔룸에 들이닥쳐 다시 엘리를 데려가려고 하고, 기다렸다는 듯 루스는 총을 꺼내들고 딸을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대치 국면으로 들어간다.  에이든은 리터 국장을 때려서 기절시킨 뒤 루스한테도 총을 한방 쏴서 쓰러뜨리는데...  가슴에 총알을 맞았는데도 피 한방울 나지 않는다. (복선3)  그리고 에이든은 정신 못 차리는 엘리를 데리고 프랑스의 시골 마을로 간다.  (본격 유럽여행 권장 영화)

 

가짜 아버지 리터 국장 : 미드 '브레이킹 배드'의 그 분 맞다. (브라이언 크랜스톤)

 

거기서 만난 알프레드(새뮤얼 L 잭슨), 이 사람이 바로 알피였던 것.  고양이가 아니라.  역시 작전부 소속이었던 알피는 전 직장 사람들의 지저분한 과거 - 요인암살, 테러, 납치, 비리 등등 - 가 해커 바쿠닌이 숨긴 USB메모리에 들어있다며, 엘리는 작가 엘리 콘웨이가 아니라, 작전부의 에이스 첩보원 레이첼 카일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와 에이든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그의 도발에 말려들어서 격투에 돌입하게 되고 - 머리로는 인정 못해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기적의 논리 발동 - 자기도 모르게 에이든을 무술로 제압한 자신에 놀라며 과거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5년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임무인 해커 바쿠닌과의 접선 과정에서, 레이첼은 바쿠닌을 사살했는데 하필 그가 자신이 죽으면 발동하게 만든 부비트랩이 터지면서 이를 피하러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강물에 빠져 기절했고, 물에 떠내려온 그녀를 데려온 사람들이 바로 가짜 부모인 리터 국장과 루스였던 것.  이들은 그 여파로 기억상실(!)에 걸린 레이첼에게 세뇌작업을 걸어서 엘리 콘웨이로 변신을 시키고, 바쿠닌의 USB메모리를 찾을 목적으로 레이첼의 기억을 토대로 글을 쓰게 만든 후 지난 5년간 작가로 활동하게 놔둔거다.  사라진 USB의 단서를 소설화 할 때까지 기다려 준, 이 인내심 많고 애틋하기까지 한 빌런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아, 그리고 지져스 에이든은 레이첼의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단다.  

 

※ 이 세뇌작업하는 장면이 무척 골 때리는 게, 병원 침대에 누운 레이첼 앞에 태엽으로 감아서 작동시키는 발레리나 인형 회전 오르골 멜로디를 들려주면서, 맥북 펴놓고 무슨 화면보호기 화면을 계속 보게끔 한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날조한 가짜 엘리 콘웨이의 다이어리를 읽도록 한 다음 침대 옆에 빌런 부부 둘이 나란히 서서 번갈아가며 "너는 우리딸이야~" / "내가 아빠란다" / "내가 엄마란다" 이러고 있다.  그런데 이게 먹혔다!!!  

 

영화 속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서 검색으로 대체 : 발레리나 오르골

 

 

SHIT.  이게 2억달러(2700억원)짜리 플롯이라니 OTL

 

기억상실 하면 이 영화.JPG

 

그래도 토탈리콜(1990)은 기억 조작 장치라도 쓰는데다 SF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아가일은 보고 있으면 요즘 말로 뇌절의 연속이다.  감독과 각본가는 기존 스파이물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뒷통수 도미노 쇼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이를 위해서 팝콘 무비 치고는 많이 길다고 할 수 있는 138분 분량의 런닝타임을 자랑하는데, 잘 생각해봅시다.  팝콘 무비면 굳이 머리 안 쓰고 영상에서 보여주는대로 따라갈 수 있어야 정상일 터,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안되거든요?  감독 의도대로 관객이 반응하기 힘든 물건이다 이 말입니다.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기억상실에서 시작된 무리수의 향연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와요.  내가 극장에서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의 향수를 느낄 줄은 생각도 못했네 ㅋㅋㅋ  애플은 대체 이 대본의 뭘 보고 2억달러짜리 딜을 했대?  

 

 

- 깔 게 너무 많아서 2부로 이어집니다.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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