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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일 (2024) : 설마 속편 나오진 않겠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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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sting 2024. 2. 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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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긴 하다. 허탈한 웃음이라서 문제지.

 

솔직히 더 마블스 봤을 때와는 다르게, 생각할수록 뭔가 억울해서 계속 까게 되는 영화 아가일(2024), 감상문 제2부 시작합니다.  혹시 제가 쓴 아가일 제1부를 아직 읽어보시지 않았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클릭하셔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아가일 감상문 (1) : 애플이 허공에 쏘아올린 2억달러

 

 

 

4.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반부 줄거리 및 감상

 

 

1부에서 언급했던 복선 중 하나인 주인공 엘리의 비행기 공포증은 세뇌작업의 결과였고, 해커의 로그북을 찾는데 발휘되었던 그녀의 뛰어난 추리/탐지능력은 원래 에이스 첩보원이라 가능한 것이었으며, 덤으로 레이첼은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 개(dog)를 좋아하는 쪽이었음이 밝혀진다.  (알피를 애지중지하며 고양이파로 돌변한 것 또한 세뇌의 산물이었다)  애플빠가 된 건... 모르겠다.  이 영화 물주가 물주인 만큼 그러려니 해야 할 것 같다.  OTL

 

※ 애플 PPL때문에 생각난건데, 해커 바쿠닌은 맥을 쓰지 않는다.  잠깐 나오고 죽어버리는 쩌리 악역이니까.  대놓고 나오지는 않았으나 애플제품이 아니었으므로 아마도 윈도우나 리눅스 계열인 듯. 이 영화가 애플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에이든과 레이첼은 USB메모리를 회수하는데에는 성공하지만, 루스(가짜 어머니)의 - 런던에서 에이든 총에 맞았을 때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서 살았다 (반전) - 함정에 빠져 작전부로 두사람 모두 연행된다.  여기에서 레이첼은 에이든의 가슴에 총을 한 방 쏴버리고 루스와 리터 국장의 편으로 완전히 돌아선다.  심지어는 USB메모리를 직접 파기해버리고 프랑스에 갔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진짜 알피(사무엘 잭슨)가 숨어있는 곳까지 찾은 다음 빌런들에게 알려주기까지.  그러나 이게 또 반전이었다.  에이든을 구하기 위한 레이첼의 뒷통수 치기 연막작전이었던 것.  여기에서 이 영화 최대의 무리수, 「심장 윗쪽 5cm 드립」이 작렬한다.

 

 심장 윗쪽 5cm 위치를 총으로 쏘면, 심장에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맥이나 심방 같은 주요부위는 전부 피해가는 루트라서 단순 부상으로 끝난다는 기적의 드립.  더군다나 이 드립 자체도 복선이다.  환장하겠네.

 

씽크로나이즈드 건슈팅 : 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 부위를 맞춰서 쐈기에 에이든은 피만 조금 흘린 채 무사할 수 있었고, 그렇게 다시 만난 레이첼과 에이든은 무슨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하듯이 총을 연사하며 작전부 경비부대를 몰살시킨다.  이에 열받은 리터국장이 남은 요원들을 총출동 시키지만, 이번에는 레이첼이 신발 바닥에 칼을 꽃아 넣고 피겨스케이팅을 하며 칼춤을 춰서 전부 처리. (........)  같은 장면을 주성치가 연기했더라면 폭소하며 봤을게 확실하지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이 아주머니가 하니까 위화감이 엄청나다.  만약 쥬라기월드 때 저 액션을 보여줬더라면 랩터 정도는 다 썰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고로시야 이치 (1998) : 발차기 칼춤 액션의 원조

 

일본 만화 고로시야 이치(殺し屋 1)가 원작인 실사영화 「이치 더 킬러 (Ichi the Killer, 2001)」에서 영향을 받은게 분명한 피겨스케이팅 칼춤이 끝나고, USB메모리에 들어있던 파일을 프랑스에 있는 사무엘 잭슨, 아니 알피에게 전송하려다 네트워크 방화벽에 막혀 당황하는 에이든과 레이첼 뒤로 리터 국장이 샷건을 겨누며 나타난다.  그리고 시작되는 수다 타임.... 나같으면 그냥 쏴버렸을텐데, 본인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는지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구장창 해대면서 그들이 반격할 수 있을 때까지 일부러 기다려주는 이 자상한 캐릭터를 과연 빌런이라고 해도 되는걸까?  포켓몬스터의 로켓단이 스승으로 모셔도 이상할 게 없는, 주인공보다 더 인간적인 빌런의 귀감이다.

 

 

고양이 출연도 인맥빨 : 실제로 매튜 본 감독 딸이 키우는 고양이다.

 

결국 계속되는 수다에 인내심이 바닥난 고양이 알피가 리터 국장의 얼굴을 냅다 긁어버려서 에이든과 레이첼은 그를 사살하는데 성공한다.  그나저나 이 작품에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CG를 볼 때마다 느끼는건데, 매튜 본 감독은 이 영화를 3D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쬐끔 있었던 것 같다.  알피가 뭔가 할 때마다 나오는 연출이 꼭 쏘우 3D (2010) /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2009) / 피라냐 3D (2010)의 그 느낌이다.  아니면 단순한 자기네 고양이 자랑일 수도 있고.  뭐, 덕분에 웃기는 했다.  허탈한 웃음이라서 문제였지.  이 영화가 만12세 관람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아가일(2024) : 고양이 대모험 3D

 

리터 국장 사살 후 유조선 위로 올라 온 주인공 커플은 - 알고보니 작전부 위치가 항해중인 유조선 안이었다 -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미국 NBA 경기 (LA레이커스) 보느라 정신없는 알피에게 USB파일을 전송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빌런 중 나머지 한 명, 가짜 어머니였던 루스가 최종 보스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등장한다.  레이첼을 세뇌할 때 썼던 문제의 발레리나 오르골과 총을 든 채로.

 

 

잊으신 분들을 위한 이미지 재활용 : 발레리나 오르골

 

기다렸다는 듯이 오르골을 작동시키자마자, 바로 세뇌당해서 파일 전송을 중단하고 에이든을 죽이려 드는 레이첼.  이 때 이 작품 최고의 코미디가 펼쳐진다.  저 오르골이 태엽식이라서, 태엽 다 풀리고 음악이 멈출 때마다 레이첼의 세뇌가 풀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열심히 태엽 감고, 다시 작동하면 도로 세뇌당하는 레이첼이 압권.  더욱 대단한 것은, 루스가 태엽 감느라 정신 없을 때 에이든도, 잠시나마 세뇌에서 풀린 레이첼도 그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 영화, 빌런만 그런게 아니라 주인공들도 관대했어!  아아 상호 불가침 조약 같은 관대함이 온 세상에 가득해.......

 

 

I AM KIND : 나는 관대하다. (영화 300,/2007년작)

 

서로 서로 누가 더 관대한가를 놓고 투닥거리는 와중에 세뇌를 풀어보겠다고 사랑한다는 고백을 찰지게 하는 에이든과, 태엽 풀릴 때 마다 다시 감느라 정신없는 루스, 마지막으로 세뇌당했다 풀렸다가 죽이려다 말다가 하며 원우먼쇼를 펼치는 레이첼 사이의 파일 전송 중단/재개 쇼가 반복되느라 보는 사람 기를 다 빠지게 하던 중, 제3의 인물이 등장해서 오르골을 박살내고 이 관대한 코미디 배틀을 끝장낸다. 

 

바로 레이첼이 엘리였던 시절 썼던 소설 아가일에서 그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키라, 작전 수행 도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Killed In Action) 실존 인물이기도 한 그녀가 당당히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반전이긴 한데 이게 좀 거시기하다. 설명은 아래에서)

 

 

2nd 스티브 잡스 : 가운데 여성이 키라 (아리아나 데보스)

 

엘리의 소설 아가일에서 유일하게 소설 속 캐릭터와 실제 인물이 일치하는 키라가 와 준 덕분에 루스를 사살하고, 에이든과 레이첼 모두 폭발하는 유조선에서 탈출한다.  얘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  아, 키라는 영화 속에서 딱 3번 등장한다.

 

① 오프닝 소설 속 내용 재현한 시퀀스 : 르그랑지(두아 리파)에게 총 맞고 쓰러짐 (복선)

② 영화 후반부 유조선 탈출 씬 : 오르골로 장난치던 루스 사살 후 주인공들 보트셔틀

③ 엔딩씬에서 소설 마지막권 출판 사인회 : 독자로 위장하고 객석에 앉아있음.

 

 

소설 속 키라는 천재 해커로 나온다 : 아니, 잡스는 사업가라니까?

 

참고로 키라가 등장할 때마다 - 1번과 3번 - 이 대사가 매크로처럼 나온다. 「아가일(레이첼) 파트너만 아니었어도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되었을 인물」.  과연, 애플 오리지널 작품다운 대사다.  오죽하면 영화 한 번 밖에 안 본 내가 다 기억하고 있을까.  잠시만, 근데 왜 잡스 2nd야?  워즈니악2면 내가 이해하겠는데, 잡스 주니어라니?  잡스는 프로그래밍 보다는 뷰티 성애자(!)이자 이빨까기와 키노트의 달인이었지 그쪽은 좀... 아, 그거구나.  키라 인성에 문제가 있는 듯. (....)

 

잡소리는 이만 끝내고.... 얘가 바로 「심장 위 5cm 드립」 주인공이다.  실제 작전 수행 도중 본인이 총알을 맞은 자리가 거기였고, 그래서 살아남았기에 그 단서를 독자 팬레터로 위장하여 기억을 잃은 엘리에게 적어 보낸거다.  그 메일을 읽은 엘리는 아이디어가 좋다면서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적용했던 거고.  물론, 그걸로도 모자라 실전 테스트도 거쳤다.  아까 말한 에이든이 작전부에 잡혔을 때 실제로 쏴봤으니까.  좋게 말하면 복선의 효율적인 회수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개드립의 극치 쯤 되시겠다.  감독님, 작가님, 뭘 드셨길래 저런 골때리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셨대요?

 

 

비경제적 조직 운영 사례 : 커맨드센터가 유조선.JPG

 

이제는 모든 게 끝나서 또 다른 자신인 엘리를 연기하는 레이첼.  본인의 첩보소설 아가일 마지막권 출판 기념회에서 그녀는 객석의 에이든과 키라를 바라보며 팬들의 질문에 화답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반전! (IC 또 반전이야)  누가 봐도 헨리 카빌...아니 아가일 본체가 이번엔 반대로 에이든 처음 등장했을 때의 지져스 크라이스트 스타일로 나타나서 소설의 뒷이야기에 대해 질문하는데, 그 얼굴(!)로 외전 써 달라는 아가일의 징징거림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동공지진이 난 레이첼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끝난다.  엔딩 스탭롤 중간에 등장하는 쿠키영상은 킹스맨 프리퀄을 암시하는 것 같지만, 킹스맨은 본 적이 없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5. 단점 (1) : 클리셰 박살내기에 함몰된 플롯

 

클리셰 (cliché) : (프랑스어 / 과거분사형태) 판에 박은, 진부한, 상투적인

 

법칙이라고 해도 될 만큼 굳어져버린 일정한 공식들, 예를 들자면 긴 잠에 빠진 공주는 잘생긴 왕자의 키스로 한방에 기상한다던가 - 이 클리셰를 반대로 비튼게 그 유명한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1991)'다 - 미녀가 바람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돌아보는 순간 남자가 반해버린다거나, 이런 것들이 모두 클리셰라 할 수 있겠다.  그 외 또 유명한 것들로는 '공포영화에서 서로 알몸 바디프로필 찍으러 사라진 젊은 남녀커플은 반드시 희생양이 된다'  / 전쟁터에서 '나 돌아가면 그녀에게 고백할거야' 했던 애들은 모조리 죽는다 등이 있다.

 

 

이 와중에도 아이폰으로 애플 PPL을 알차게 하는 존 시나(우).JPG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클리셰를 부수는데 집착한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부의 페이크 주인공 트리오가 등장하는 15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탐 크루즈의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를 떠올려보자.  처음부터 탐 크루즈가 주인공이다)  그렇지만 "내가 바로 주인공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인물들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으쌰으쌰하다가 "자, 지금까지 가짜 주인공이었습니다!" 하는 식의 플롯(이야기 구조)은 의외로 많이 쓰이다 보니, 안타깝게도 감독 의도와는 다르게 클리셰 비틀기가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좌측 드류 베리모어 & 우측 캐릭터 전원 페이크 주인공들.JPG

 

이런 페이크 주인공으로 사람들을 속였던 사례의 대표 격으로는 스크림(1996) 1편이 있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맨 앞에 있고, 작품 시작부터 나온 덕에 주연인 줄 알았던 드류 베리모어가, 등장하자마자 칼을 든 고스트페이스에게 곧장 살해당하는 오프닝을 보고 황당해했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은 영화를 넘어서 애니메이션에서도 나올 만큼 가짜 주인공을 내세우는 클리셰 비틀기는 자주 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식령 제로 (喰霊 -零-, 2008)가 그 예로, 윗쪽 포스터의 주연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이 전부 1화에서 떼죽음을 당한다. (방영 당시 엄청 화제를 몰고 다녔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식상하다는 뜻이다.

 

 

유럽여행 와서 고생하는 아저씨 아주머니 (+고양이).JPG

 

이 고의적인 '첩보물 주인공의 클리셰 비틀기' 시도는 오프닝의 페이크 주인공 등장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주연배우 둘에게까지 이어져있다.  딱 봐도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을 맡아야만 할 것 같은 헨리 카빌이나 두아 리파 대신, 자식들 성화에  못 이겨서 본인들 돈으로 유럽 여행을 억지로 온 듯한 느낌의 아저씨 아주머니 - 샘 록웰 (68년생, 현 시점 55세) /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81년생, 현 시점 42세 - 헨리 카빌보다도 2살 연상이다) - 가 주역이라는 사실은, 감독이 처음부터 일반적인 첩보물의 공식을 따라갈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가일 내한 이벤트 : 모르고 보면 삼각관계 불륜 영화 같다 OTL

 

영화 속 에이든은 누가 봐도 아저씨고, 엘리는 설정상 미혼일 뿐 애가 둘 있다고 해도 어색할 게 없는, 확고부동한 알피 엄마 그 자체다. 그런 그들이 격투술을 펼치고, 총격전을 벌이며, 잠입 액션과 칼부림의 중심에 있다.  젊은 미남미녀들의 패션쇼나 다름 없는 첩보물의 정석을 깨부수기 위해, 매튜 본 감독은 다소 평범한 느낌의 장년층 배우들을 선택하는 것으로 클리셰 박살내기의 정점을 찍었고, 적어도 본인이 그리도 원하던 걸 '부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성공했다.

 

하지만, 클리셰는 괜히 클리셰가 아니다.  주문한 치킨이 배달 온 순간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는 게 보통이고, 극장에 갔으면 팝콘부터 찾는 사람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그래야만 안도감이 드는 일종의 법칙을 비틀어버리는 건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한다.  치킨을 시켰는데 동봉된 음료수가 민트초코라떼이고, 극장에 왔는데 주문할 수 있는 먹거리가 똠양꿍 하나 밖에 없다면, 그에 걸맞는 보상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따라가다 보면 정신줄을 놓게 돼요.JPG

 

허나, 불행히도 아가일에 그런 리워드는 전혀 없다.  관객으로서는 적당한 개연성과 2억 달러에 걸맞는 납득할 만한 액션장면을 원했을 뿐인데, 이미 박살나버린 클리셰 조각들을 쓸어담기 위한 목적의 연속적인 반전, 다시 말해 뒷통수 치기 퍼레이드만 난무한다.   일단 저지르기는 했으나, 사후 보상대책이 미흡하다 못해 없다시피 하다는 이야기이고,  동시에 이는 도입부의 가짜 주인공 3인방이 퇴장하는 순간부터 엔딩 스탭롤까지 이어지는 2시간 동안 지속된다.  두통으로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타이레놀 대신 레드불을 마시고 억지로 참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살려줘요;;;

 

 

조선일보는 유니버설 픽쳐스에게 얼마를 받았을까.JPG

 

 

6. 단점 (2) : 단점을 오히려 강조하는 정체불명의 자신감

 

만약 원빈의 아저씨가 아니라 김윤석의 아저씨였다면?

 

영화 아저씨(2010)를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의 흥행 요인에는 주연배우인 원빈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이정범 감독의 시나리오 원안대로, 김윤석 배우나 최민식 배우가 주연이었다면 결과물은 둘째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특성상 6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진 못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저씨가 아니라, 진짜배기 오리지널 아저씨의 호불호 확실한 초특급 공포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 느낌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빈이었기에 남녀모두 납득했던 장면.JPG

 

조금 더 파고 들어가서, 아저씨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고 하면 역시 저 이발 장면일텐데, 까놓고 말해서 저 씬을 통째로 삭제해도 영화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굳이 이 장면이 없다 한들, 차태식이 만석-종석 형제를 죽이는 건 확정 사실이니까 말이다.  다만, 바리깡을 들고 있는 주체가 원빈이라는 사실이 그저 머리를 깎을 뿐인 이 장면에 서사를 부여한다.  저 눈빛, 저 얼굴, 저 몸매...  저게 다 개연성이다. 

 

그렇다.  잘 생기고 예쁜 것들은 뭘 해도 그림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영화 속 원빈의 불확실한 대사 연기에 - 솔직히 원빈의 딕션은 나쁜 축에 속한다 - 불만을 토해내고 싶어도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는 저 얼굴 공격에 할 말이 없어지고,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게 장점의 적절한 활용이다.  빌어먹을.

 

 

샘 록웰 VS 세가 새턴판 다이너마이트 형사1 (1997)

 

다시 아가일로 돌아와서 샘 록웰을 여기에 대입해보자.  절대 못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가짜 주인공 헨리 카빌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이 문제를 제쳐둔 상태에서 봐도, 브루스 윌리스가 회춘해서 돌아온 듯한 저 외모는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들의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위에서 영화 아저씨를 예로 들었던 게 이런 이유다.  헨리 카빌이 원빈에 해당한다면, 샘 록웰은 김윤석 / 최민식 배우의 그 느낌이란 뜻이다.  여기에서 아저씨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밸런스 게임을 잠시 해 본다면...

 

원빈 받고 액션 판타지 대박작 만들기

VS

김윤석 주연으로 공포 다큐멘터리 찍기

 

여러분이 흥행을 감안해야만 하는 영화 제작자의 입장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당연히 윗쪽이다.  원빈 쪽을 고른 순간, 아래쪽은 적어도 흥행여부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최악의 수라는 데 다들 동의하셨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가일은 최악을 고른 것도 모자라서 - 이게 다 클리셰 부수기에 혈안이 된 감독 때문이다 - 대놓고 두가지 경우를 다 보여주고 있다.  

 

 

천국 (위) VS 지옥 (아래)

 

둘 다 보여주는 걸로는 부족했는지, 아예 대놓고 둘을 비교하면서 개그 요소로 활용하기까지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봤어? 우리는 페이크 주인공을 한 번만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재활용까지 한다고!  이걸로 클리셰 또 하나 파괴완료!!!」  이런 확고한 자신감은 정말 본 받을만 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좋게 봐줘야 자학개그 수준이고, 나쁘게 보자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단점만 극대화시킨 최악의 사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쓸데없이 가짜와 진짜 주인공을 가지고 대조하며 개그를 치는 바람에, 차라리 헨리 카빌하고 두아 리파가 진짜였더라면 하는 생각을 영화 관람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감독님, 역효과에요, 이거.

 

 

나는 두아 리파가 발연기를 해도 박수를 치며 봤을 것 같다.JPG

 

 

 

7. 단점 (3) : CG가 너무해 & 모여라 꿈동산 액션

 

극장 스크린으로 보면 배경하고 오브젝트가 더 심하게 튄다.JPG

 

2억달러 영화인데 CG가 튀어요. (이하생략)

 

 

적은 맞은 편에 있는데 옆을 쐈더니 다들 쓰러진다.JPG

 

 

동심으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총싸움 하는 기분이에요~♩ (설명불가)

 

이유는 묻지 마세요. 질문은 전부  ~

 

 

 

8. 끝으로

 

1) 이 영화에서 딱 한 번, 빵 터졌던 장면

케에에에에에비이이이이이인~~~~!!!!!!!.JPG

 

엘리를 찾으러 런던으로 온 (가짜) 부모님과 호텔에서 나누는 대화

 

- 엘리 (레이첼) : 나 사고 쳤어요.

- 루스 (엄마) : 그래... 혹시 세금(TAX) 문제니?

 

미국 국세청(IRS)의 악명을 보여준 장면.  영화 언터처블(1987)이 생각나서 빵 터졌다.

 

 

2) 아가일이라는 이름을 듣고 맨 먼저 떠오른 것

 

차종은 미국 포드(Ford)사의 링컨 타운카 1세대 리무진.JPG

 

우연의 일치인지,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다이하드 1편(1988)에서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을 부인이 재직중인 회사 사옥인 나카토미 빌딩(실제로는 당시 20세기 폭스사 건물)으로 데려가는 리무진 운전사 이름이 아가일(Argylle)이다.  

 

3) 총평

 

나 뿐만 아니라 미국쪽 관람객들도 비슷한 걸 느꼈나 보다.  아가일에 대한 한줄 평을 자기들 소감으로 대신하는 게 아니라, 영화 속 리터 국장이 했던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는 걸 보면... 뭐, 사람 마음은 다 거기서 거기인지도?  

 

"Regret for time wasted is wasting more time."

   (낭비한 시간을 후회하는 게 더 시간낭비야)

 

 

- 평가 : ★★☆☆☆ (별 2개)

** 극장이 아니라 OTT로 봤다면 별3개로 상향가능.

** 어린이 대상 첩보물로 보자면 별4개로 상향가능.

** 더 마블스 보다는 볼 만 하다.

** 그래도 너무 긴 런닝타임 (2시간 18분)

** 반복되는 통수쇼에 바닥나는 인내심

** 인간적으로 다치면 피 좀 흘립시다.

** 애플의 눈물겨운 2천7백억원 짜리 PPL

**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웃음벨이었다.

   (두아 리파 아이폰 잠금해제 장면)

 

 

※ 손목시계 지수 

런닝타임을 분으로 환산한 다음, 관람시간 동안 손목시계로 현재 시각을 확인한 회수를 나눠서 그 영화가 얼마나 지루하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가를 나타내는 나만의 주관적 지수.  결과값이 클수록 몰입감이 대단한 작품. 단, 예외는 손목시계를 본 적 조차 없는, 시계를 본 회수 자체가 0회일 경우. 이 때는 대신 몰입도 100%로 표기.

 

- 아가일 시계지수 : 138분 ÷ 6회 = 23 (몰입도 23%)

 

 

- 남들에게 추천 가능 여부 : 추천 (추천/보류/비추천)

** 나만 죽을 순 없지

** 극장이 먼저 알아본 명작은 같이 봐야 하는 법

** 잊지 않겠다 롯데시네마

 

 

 

몰래 가출한 딸을 잡으러 달려온 아버지 (아니야!).JPG

 

 

  아가일의 교훈 : 존 시나는 사람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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